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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살아있으면 다시 만나리

‘늙은 산 노을 업고 힘들어 하네/ 벌겋게 힘들어 하네/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 하얀 구름 한 조각/ 여보게 우리 쉬었다 가세/ 남은 잔은 비우고 가세/ 가면 어때 저 세월 가면 어때 이 청춘’-‘나훈아 작사 작곡 노래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조각’은 2006년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나훈아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시적인 가사와 어우려져 인생의 무상함과 세월의 흐름을 슬프고 애잔한 곡조로 가슴 저미게 한다.   오랫만에 조국땅을 밟는다. 고향땅이라고 부르기엔 북극성보다 아득히 먼 곳을 헤메다 돌아온 느낌이다. 모두 떠나버린 부둣가에서 가슴이 깃발처럼 펄럭인다.   뱃고동 소리는 세 차례 울린다고 한다. 떠나는 배에서 들려오는 첫 소리는 잘 있으라는 작별의 뜻이고 두 번째는 잘 다녀오라는 안녕을 기원하는 고동 소리다. 세 번째 뱃고동 소리는 재회를 약속하는 다짐이다.   재회의 약속을 나는 지키지 못했다. 비행기가 끝없는 허공을 날 때도 금의환향 돌아올 모습을 생각하며 가슴이 부풀었다. 익숙하던 모든 것들과 다정했던 사람들과 작별해도 울지 않았다. 새로운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낮선 땅 어눌한 언어로 부딫히는 일상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힘들었다. 절망하지 않았다. 돌아가야 할 내 땅, 고향이 있는 나의 뿌리는 단단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깊고 맑은 우물과 봄이면 천지를 뒤덮는 비슬산 참꽃, 툇마루에 걸터 앉아 찔레꽃 향기에 스르르 잠이 들면 들 일을 나간 삼만이 아재가 샛노란 고들배기꽃과 아기똥풀 엮어 머리에 화관을 씌워 주었다.   나는 가난한 나라의 공주였다. 비록 멋진 옷과 화려한 치장이 없어도 공주는 울지 않는다. 빌 붙지 않으며 낮은 것과 타협하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는다.   세월은 믿고 바라는 모든 것들을 바람에 날려 버린다.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는다. 내 것이 남의 것이 되고, 내 땅과 남의 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랑과 미움이 엇박자가 되면서 악함과 선함, 진실과 거짓이 분간하기 힘든 형국으로 바뀐다.   서울에 가면 택시를 즐겨 탄다. 택시 기사는 한국 정세를 밝히는 민중의 지팡이다. 신문 방송 볼 필요 없다. 현실의 맥을 잡는 살아 숨쉬는 생방송 뉴스다.   우리 국민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두뇌가 명석하고 창의력과 손재주가 탁월한데 얼빠진 정치인들 때문에 나라가 곤경에 처한다는데 전적으로 합의 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천600달러를 기록해 세계 6위를 유지했다.   독불장군은 외롭다. 자기 고집대로 행동한다. 군중 속에 파묻혀 살면서 늘 외로웠다. 살아남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혼신을 다해 싸웠다.   회의 참석이나 사업 관계로 한국을 방문할 때도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시간에 쪼들려 만나기 힘들었다. 조금 벌어지면 점차 사이가 금이 간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난다. 노을 베고 누운 구름처럼 이 하늘 저 하늘 떠돌다가 바람이 머무는 곳에 둥지 튼다. 떠나간 사람은 잊었지만 남은 자는 흔적을 품는다. 긴 세월의 떼를 벗고 고교 동창생이 살갑게 일정을 챙겨준다.   수 십 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만난 동무처럼 낯설지 않다. 흘러간 시간은 재생이 불가해도 추억의 필름 속에 세월 베고 누운 구름 한 조각 떠오르지 않을까.   늙은 산 노을 업고 힘들어 하기 전에 소녀처럼 까르르 웃을 만남을 기다린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세월 가면 구름 한조각 뱃고동 소리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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